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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원고

<도시인에게도 생명을 가꾸게 하자> 추수이야기[5]
07/09/03 21:20 | 청소년미래재단 | 조회 2841 | 댓글 0
"도시인에게도 생명을 가꾸게 하자"



일 년 중 가을 한철 추수시기에 단 열흘만이라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누렇게 익은 벼를 옮겨다 놓고 풍년의 축제를 가지면 좋겠다. 광화문 네거리가 어렵다면 각 도시 시청 한 쪽에라도 마련하면 될 것이다.

 어렸을 때 우리네 많은 가정들은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었다. 큰 양동이나 넓직한 큰 그릇 위에 작대기 같은 나무를 두세 개 걸친 다음 그 위에 밑구멍이 듬성듬성 뚫린 시루나 이와 비슷한 용기를 올려놓고 그 안에 지푸라기나 깨끗한 헝겊을 깐 뒤 콩나물 콩을 가지런히 넣는다. 그다음 다시 헝겊보자기로 덮어 바람이 잘 통하고 온도가 알맞은 곳에 두고 물만 자주 주면 콩나물은 잘 자랐다. 어린 눈에 물만 먹고 자라는 콩나물이 신기해서 틈만 나면 물을 주던 기억이 새롭다. 시골집 가정에서만 콩나물을 키운 것은 아니었다. 도시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모습이다.

 또한 대부분 집안에서는 작은 화단에 봉선화, 채송화, 백일홍, 장미 등 예쁜 꽃들을 가꾸었다. 그 화단 한쪽에는 예외 없이 상추, 토마토, 오이, 고추 등을 키웠다. 이 텃밭에서 키운 싱싱한 야채들은 여름 한철 우리들 밥상에 푸짐한 먹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요사이 도시인들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고 심지어 농촌에서도 많은 가정이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다. 아스팔트와 아파트 그리고 고층빌딩으로 빽빽이 채워져 있는 도시의 삭막한 공간 속, 아파트 안도 TV·컴퓨터·냉장고 같은 전자제품과 가구 등 생명체 없는 물건만으로 정돈되어 있다. 간혹 화분 몇 개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하나의 장식품정도로 여기는 가정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이러한 삭막한 도시의 구조 속에서 바쁘게 짜여진 생활 일정은 도시인들의 삶의 여유를 없게 한다.

 근자에 매스컴을 통하여 우리에게 알려진 부모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과 같은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생명 없는 물체만으로 둘러싸인 채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들의 생활형태 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살아있는 소우주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생명체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유기체다. 유기체는 다른 유기체와의 끊임없는 에너지의 교류와 교감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유기체
인 인간도 그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인간이 다른 생명 있는 유기체와 다른 것은 다른 생명체들을 가꾸며 산다는 것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할 때 현대 도시인들은 삶의 여유를 상실한 채 다른 생명체와의 교류와 교감도 점점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도시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도시에서도 농사를 지어볼 것을 권한다.

 이제 우리의 아파트 베란다에다 생명체를 가꾸는 텃밭을 만들자. 단순히 장식용 화초 몇 개만 키우지 말고, 헌 화분과 프라스틱 상자들을 몇 개 모아서 여러 모양의 텃밭을 만들자.  공간을 잘 활용하면 화분과 상자 몇 개로 예쁜 계단식 화단도 만들 수 있고, 벽걸이용 화단도 꾸밀 수 있다. 요사이에 가까운 화원에서 냄새 안 나는 좋은 부식토나 식물의 영양제 액비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고추나 딸기 모종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내가 만든 화단에 상추, 고추, 토마토, 딸기 등 농사를 지어보자. 살아있는 식물들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이들과 삶의 교감을 나누자. 비록 아파트 베란다에 꾸민 텃밭이지만 이곳에서 나온 상추와 고추를 이웃집과 나누어 먹기도 하자.

 도시의 농사는 아파트만 할 것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일년에 가을 한철 추수시기 단 열흘만이라도 시청 네거리에 농촌의 누렇게 익은 벼를 논 그대로 옮겨다 놓고 풍년의 축제를 가져보자. 황금빛으로 익어 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먹거리 풍년제도 함께하는 도시의 장터를 꾸며보자. 농사를 통해 생명체를 가꾸는 정성이 도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글_류태영 박사 (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 최종수정일 : <script>getDateFormat('20070808153747' , 'xxxx.xx.xx ');</script> 2007.08.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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