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You ar here   :  HOME > 설립자 류태영> 수필원고

수필원고

[수필원고] 가나의 엘미나城
07/09/03 21:02 | 청소년미래재단 | 조회 2600 | 댓글 0

가나의 엘미나城

아프리카인들의 슬픈 역사를 말해주는 노예城


류태영 (건국대학교 교수)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적도선상에 위치한 나라 가나를 방문한 것은 지난 1994년 1월이었다. 필자는 바쁜 일정을 끝내고 엘미나성(城)이라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일명 노예성이라고도 불리는 엘미나성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이 성은 네덜란드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마치 요새같은 느낌을 준다. 높은 담이 해안을 따라 쭉 이어져 있고, 반대편엔 운하가 있어 외부와는 오나전히 차단되어 있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가 유일하게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통로이다. 그러나 그것마저 도개교(跳開橋)여서 다리가 위로 들려져 있는 동안, 이 성은 완전히 하나의 섬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성의 중앙에는 광장이 있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성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성 자체가 볼거리로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엘미나성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 안에 담고 있는 슬픈 역사, 서양에 노예로 팔려가야 했던 아프리카인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안내해주었던 대학원생은 엘미나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백년 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인들이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마구 잡아서 이 성에 가두어 두었다가 본국으로 데리고 가서 팔았다고 한다. 전쟁에 진 것도 아니고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흑인들은 이유없이 백인에게 끌려가야 했다.

  엘미나성의 바닷가쪽 벽에는 사람하나가 몸을 구부리면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이 통로는 한달에 한 번씩 유럽에서 노예 수송선이 오면 그동안 「모아 두었던」 아프리카인들을 배에 싣는데 이용하던 것이다. 마치 동물을 몰 듯이 흑인들을 그 통로로 내보내 배에 타게 했던 것이다.

  엘미나성의 내부는 감옥을 연상시켰다. 칸막이가 된 방들이 줄지어 있고 바닥은 흙바닥 그대로였다. 성안쪽에는 여자 수용소가 따로 있는데, 그곳은 30~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였다. 수용소 위쪽에는 망루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백인들이 흑인을 감시하며 생활을 했다고 한다.

  위쪽에 살던 백인들은, 밑에 잡혀온 흑인 여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흑인 처녀를 위로 올라오게 해서 데리고 자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이들을 팔아먹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광장에 서있는 교회가 눈에 띄었다. 「설마 흑인을 사냥하던 백인들이 교회를 짓기야 했겠는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이드에게 『저 교회는 언제 지어진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그때 그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 백인들은 저 교회에서 어떤 기도를 했을까. 하루 종일 흑인을 사냥해서 수용소에 가두어 놓고 심지어는 흑인 처녀들을 데리고 자기까지 하면서, 어떤 내용의 기도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점은 안내를 맡은 학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날 저녁 나는 밤새도록 한잠도 자지 못했다. 내 머리속에 떠오른 것은 십자군의 만행이었다. 십자군은 예수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사람을 죽였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눈에서 보면, 기독교의 이름을 앞세워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분명 오늘날에도 있을 것이다. 그 형태는 다르지만 기독교 정신의 미명하에 마음속에서 살인하고 간음한 자가 한둘이겠는가. 엘미나성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도 그 노예성의 광장 한가운데 있는 교회를 생각하면, 그 당시의 깨달음이 마음을 울린다.

  가나는 정말 가난한 나라다. 국민들의 한달 평균 월급이 30달러. 그러나 사람들은 순박하기만 하다.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보통 가난한 나라의 가진 자, 힘있는 자가 부패해 있는 것과는 달리 가나의 각료들은 매우 검소하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퇴직하고 나면 돈이 없어 자식을 대학에 보내지 못할 정도이고, 총리도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가나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인지 아직도 이곳에서는 영국인들이 잘살고 있고 상권은 인도인들이 쥐고 있다. * 최종수정일 : <script>getDateFormat('20060811183106' , 'xxxx.xx.xx ');</script> 2006.08.11 <18:31>

댓글 0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답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