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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원고] 농민과 독서
07/09/03 21:05 | 청소년미래재단 | 조회 2462 | 댓글 0

농민과 독서


  무더웠던 여름 날씨가 선듯 물러나고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들어섰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 유난히 들릴때면 독서의 계절에 들어섰다고들 한다. 독서하기 아주 좋은 계절이 된 것이다.

  그러나 농민과 독서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온 것이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이었다. 예부터 글읽는 사람을 선비라 하였고 선비는 노동을 천시하였으며 글을 많이 읽으면 반드시 출세하기를 기대하여 왔다.

  여기서 출세라함은 관가에 들어가 벼슬을 하는 것인데 크게는 정승․판서에 이르고 작게는 진사․참봉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이고 각기 형편에 따라 그 출세라는 개념이 달랐었다. 스승으로 진출하여 훈창 또는 대스승이 되기에 이르도록 다양했었다.

  그러나 농민이나 상인으로 장사하는 사람을 출세했다고 하는 예는 드물었다. 그리하여 관가에 못 들어간 글읽는 사람에 대하여는 때를 만나지 못한 선비라고 하여 위로해주고 스스로 자위하며 지내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요즘 말로 고등실업자가 되어 실직으로 노동을 하지 않는채 세상 돌아가는 것들을 입으로만 그럴싸하게 평론하여 말의 성시(盛市)를 이루기가 일쑤였다. 이들은 국가발전에 이바지는 고사하고 저해 요소들을 많이 만들어 낸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뜻있는 우리선조들 가운데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 건실한 말이 전해주듯이 낮에는 밭에나가 땀을 흘려 일을 하고 밤에는 책을 읽는 기풍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부 선각자들이 독서하면서 농업에 종사한 예가 있었으며 이들에 의하여 농사법에 관한 책이 나오기오 하였으니 상당한 책들이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고 있다.

  우리들은 그책을 통하여 선각자들의 농사하면서 독서하는 고매한 기풍을 엿볼 수 있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무슨 일이건 쉽게, 그리고 안이하게 해결하려는 풍조가 만연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리의 깊은 뿌리에 접해보려는 책과는 거리를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우선 책과는 자연히 담을 쌓고 멀리하는 습성에 젖게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분주하다보니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책과 인연을 끊고 지내면 그럴수록 인생이 메마르고 세상의 얄팍한 잔꾀에 말려들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유럽 제국의 문화시찰을 하는 동안 특별히 오지리 사람들의 독서열에 감탄을 한 일이 있었다. 거기서 도시와 농촌을 두루 다녔는데 유난히 눈에 띠는 것은 버스와 기차에서, 그리고 버스 정류장 등에서 책읽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었다. 특히 공원에서 아기를 유모차에 뉘고 잠재우면서 책을 읽는 젊은 여인들이 인상적이었고 길가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 젊은이들도 더욱 깊은 인상을 주었다. 또 농촌에 들어가 어느 농부의 집에 들어갔을 때 그 농부가 상당히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데에도 감명을 받았다.

  이렇게 독서하는 기풍속에 젖어있는 국민들의 기상속에서 그 민족의 고매한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독서하는 기풍이야말로 인간을 살찌게 하는 활력소가 되며 건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사막을 개척하여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의 경우 농민들의 독서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농민층은 세계 어느 나라 농민들보다 수준이 월등히 높아서 국가 재건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는 역사적인 기록이 설명해 주듯이 초기의 국가 지도자들 거의 모두가 농민 출신이었음을 상기해본다.

  또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의 교육수준이 높아서 요즘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거의 없다. 군에 입대하는 것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현역병의 입영이 면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에는 고등학교 교육까지 정부의 농촌협동조합연합체가 합동으로 교육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기에 농촌독서열이 높은지 모르지만 농민들의 독서열이 괄목할만큼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스라엘 농촌에 들어가 보면 어느 마을이나 빠짐없이 마을도서실을 갖추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농촌도서실 등은 모두 30평내지 1백평 남짓되는 건물들로 도서 진열실은 20평에서 30평의 규모로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고 시간제로 담당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대개 진열실 옆에는 빈방으로 열람실로 활용하고 각종 신문․잡지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이들은 도서 대출도 활발히 하여 책들을 집으로 가지고 가서 읽는다. 또한 자기 집에 필요없는 도서 등은 마을도서실에 기증하여 다른 사람이 읽도록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들이 읽는 책들은 대개 교양서적과 농업에 관한 전문서적들인데 교양서적 대출이 더 많다는 것을 들어보면 농민들이 전문서적 독서보다 교양서적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농촌은 새마을운동과 함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가운데 독서를 위한 마을문고 보급운동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되었었다. 초창기에는 도시사람들이 읽고난 책들을 모아 보급하여 마을회관이나 마을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에 진열하여 여러 사람들이 책을 만질 수 있게 하였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마을문고를 위한 도서발간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런 것이 계기가 되어 마을마다 도서실이 세워지게 되고 독서하는 풍토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최종수정일 : <script>getDateFormat('20060811183151' , 'xxxx.xx.xx ');</script> 2006.08.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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