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You ar here   :  HOME > 설립자 류태영> 수필원고

수필원고

'부엌을 좋아하는 부자'-류태영 박사의 유대인의 교육 이야기
08/06/13 15:43 | 이명희 | 조회 1776 | 댓글 0
'부엌을 좋아하는 부자'-류태영 박사의 유대인의 교육 이야기
류태영 박사의 유대인의 교육 이야기(35)

부엌을 좋아하는 부자

류태영 박사
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놀기 좋아하고 낭만이나 멋을 찾는 사람에게 이스라엘은 정말 재미없는 나라다. 하루 종일 집안에 있어봐야 말벗 하나 되어줄 사람도 없고 맥주집이 있어도 차를 타고 한참을 나가서야 한 모금 맛 볼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소비재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수입해 쓴다. 하물며 두루마리 화장지까지도 수입해서 쓴다. 이것도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들의 공동체의식 속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공동체의식은 모세가 그들 민족을 이끌고 출애굽의 시련 뒤 가나안의 땅에 정착할 때까지 고난의 시절 속에서부터 비롯됐을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들의 의식은 결코 사치 위주의 풍토를 묵과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 모두 가족과 함께 어울린다.
그런 습성을 몰랐던 나의 초창기 유학시절은 에피소드도 많았다. 한끼 식사라도 하려고 친구를 초대하면 그들은 반드시 집단으로 몰려와서 우리를 당황시키곤 했다. 하루는 초대된 친구로부터 좋지 않은 말까지 들었다.

그날도 내딴에는 친구 하나만 달랑 초대할 심정으로 친구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약속시간에 나타난 그의 주위에는 아내와 두아이가 더 있었다. 나는 가까운 친구라서 별 부담없이 집에서 하던 대로 신문을 뒤척이기도 하며 잡담을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영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결심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자네는 항상 이러나?” “...?”
난 그 친구에게 무슨 큰 결레라도 범한 줄 생각하고 신문을 내려놓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항상 이렇게 신문이나 보고 있나?”
“아니지 아이 미안하네. 난 자네랑 허물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는데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됐네.”
그러나 그 친구 말의 초점은 사람을 불러 놓고 신문이나 보고 있냐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고 자네는 부엌일을 하나도 거들어주지 않느냐는 말이야.”
“물론이지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 할 일이 뭐가 있겠나. 장작을 패서 불을 지키는 것도 아닌데.”
대개의 한국 남편들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나는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이 대답했다. 그 친구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는 식사가 준비되었음을 알려오자 하려던 말을 참았다. 식사가 다 끝나자 친구는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자네는 아내가 식사 준비할 때 무엇을 하는가?”
“신문도 보고 텔레비전도 보지,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한국 남편들은 다 그러는가?”
“아 그렇다니까... 전통적으로 남자는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되어 있네.”
“그래도 여기가 어딘가? 이곳의 법도대로 따라야지 그렇지 않나?”
이 말을 들은 아내는 “그것 보세요. 부엌일 좀 도와주면 뭐가 어떻게 된다고 그러세요?”
나도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빠져나가자는 심산으로 불쑥 알았다고 대답한 것이 결국은 아내에게 빌미를 줘 가끔 마지못해 설거지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번은 자발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일이 생겼다.

어느날 교수 한 분이 차나 한잔 하자고 나를 초대했다. 시간에 맞추어 그 집을 방문했을 때는 한참 더운 오후 4시쯤이서 그 교수는 잠을 자는지 부인이 나를 맞이하면서 남편을 불렀다.

“당신은 사람을 초대해 놓고서 잠을 자요? 빨리 일어나서 차나 끓여와요.” 그러나 남편은 뭐라고 할 법도 한데 뜻밖에 아무 소리없이 졸린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빠, 저도 같이 할께요.” 옆에 있던 아이도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부자간 다정스럽게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저는 그릇을 꺼내 올테니 아빤 물을 끓이세요.”
“그래 오늘은 선생님께 무얼 물어 보았니?”
“예, 바닷물은 왜 파란색이냐고 물어 보았어요.”
“그래 선생님께서 뭐라 하시던?”둘은 아주 신이 나서 차를 끓이고 있었다.
그 다음 날부터는 아내의 잔소리 없이도 나는 아이까지 이끌고 자발적으로 주방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하루는 아내도 없고 해서 본격적으로 앞치마까지 두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아무 대답이 없어 아주 자연스럽게 앞치마에 손까지 쓱쓱 문지르며 현관문을 열었다. 아뿔사… 이 분은 한국에서 성지순례 온 목사님이 아닌가!

“아니 자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집사람은 어디 가고?”
목사님은 집에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제서야 목사님은 큰 소리로 웃으며 한마디 했다.

“자네, 이거 공부하러 온 줄 알았더니 한국 남자 대표해서 망신주려 왔구먼” 이런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이웃을 방문할 때 온 가족을 동반하는 것과 남편이 아내를 돕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2008/01/05 경기복지뉴스
댓글 0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답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