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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70, 이제부터 인생 시작-류태영 박사의 VISION 이야기(2)
08/06/13 15:45 | 이명희 | 조회 4402 | 댓글 1
나이 70, 이제부터 인생 시작

류태영 박사의 VISION 이야기(2)

나이 70, 이제부터 인생 시작


봄 햇살이 따사롭던 5월, 나는 국제적인 로비스트인 박동선 씨와 하얏트호텔의 야외 테라스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 나이 일흔 살이 되던 해였다, “박 선생, 나는 나이 70이 되니까 이제부터 정말 일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내가 70평생 살아온 경험과 연구한 것들, 보고 느끼며 체험한 것들을 종합하면 이제 무슨 일을 하든 진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이 넘칩니다.” 박동선 씨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흥분해서 내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제 생각이 바로 그렇습니다.”

꿈은 청년이나 소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꿈은 중년에도 노년에도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생의 수많은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멋있게 꿈을 펼칠 절호의 기회는 오히려 중년 이후에 생긴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한 채 좋은 기회를 놓치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육체는 늙어가지만 열정, 순수, 창조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둔화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안에서 재창조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88세의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여사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전에도 「알프레드와 에밀리」라는 한 편의 소설을 탈고했다. 그녀는 “노년이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물론 늙으면 몸이 약해지지요. 그러나 정신적으로 인간은 변하지 않아요.”이렇게 답했다. 그렇다. 위대한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80세에도 여전히 명작을 그렸는데, 하루에 12시간씩 일했다고 한다, 그는 시력을 잃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인상주의 이후 최고의 화가라고 할 수 있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90세가 넘어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게다가 피카소는 70세에 새로운 형식의 유파를 개척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첼로 연주자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1876~ 1973)는 97세의 나이로 죽는 그날에도 새로운 곡을 연주할 계획을 세웠고 연습을 했다고 한다.

내가 건국대학교에서 학생청장, 농대학장, 박물관장 그리고 부총장을 역임하고 만65세에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을 때, 퇴임 6개월전부터 세 군데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스카우트하려는 경쟁(?) 가운데 교보생명의 창업주는 나를 이미 상임고문으로 위촉해놓고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교수 월급의 두 배를 지급해주었다.

정년퇴임 후 나는 뉴욕 교보생명에 회장상임고문(부사장 예우)으로 파견 발령을 받아 현지법인을 만들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 기틀을 잡는 역할을 했다.
교보생명에서 5년의 임기를 마치고 만 70세에 또다시 정년퇴임을 맞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퇴임6개월 전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강남에 있는 사학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또다시 미국에 파견 발령을 받아 뉴욕으로 두 번째 이주를 해서 일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나 이 일도 계약만료가 돼간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6개월 전 모 회사로부터 상임고문으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호주와 뉴욕의 복지재단 등 세 곳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어떤 친구는 당신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이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마치 내가 장기 집권을 한다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자리는 젊은 사람의 자리가 아니라 그간의 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내게 창출된 자리다.”

나는 비록 70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도 회사에서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 자리는 누가 대신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일의 특성상 내가 그만두었을 때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됐든 능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면 그 자리에 올 수는 있다. 그러나 추진력과 의욕은 있지만 판단력과 분석력, 미래를 내다보는 힘은 약하다.
주위에 나보다 훨씬 유능하고 학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쉬고 있는 것은 나이를 의식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차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은 ‘청춘’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중간생략)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고뇌, 공포, 실망 때문에 기력이 땅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마음이 시들어버리는 것이다. 육십 세이든 십육 세이든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는 놀라움에 끌리는 마음,/ 젖먹이 아이와 같은 미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 삶에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다. (중간생략) 비록 나이가 이십 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그대는 팔십 세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인 것이다.-

사무엘 울만은 독일계 미국인 사업가로 시인이자 인도주의자이다. 사무엘 울만이 이 시를 지은 것은 78세 때라고 한다. 생전에 그의 작품을 담은 시집은 출간되지 못했고, 그의 죽음과 함께 시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 시는 의외의 인물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전쟁 중 맥아더 장군의 책상의 액자 속에 들어 있던 이 시가 종군기자를 통해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소개된 것이다.

후에 원작자가 사무엘 울만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의 시집도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시는 미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데, 마쓰시타(National Panasonic)그룹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辛之助)는 70세의 나이에 이 시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도 새 일을 향한 열정과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꿈과 열정을 청소년들의 미래를 연구하고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쏟아 붓고 있다. 청소년들의 교육, 의식, 행동, 품행 이런 것이 나라의 운명과 역사를 창조한다. 새마을운동의 국민 의식개혁과 같이 청소년들을 교육시켜 이 나라가 잘 살게 하는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 내 꿈이고 지금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스피노자처럼 ‘나는 내일 죽게 되더라도 오늘 내 할 일을 하다 가겠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고 철학이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지 말자. 신념과 노력을 다한 후 목숨이 끊어져 관 속에 들어가 관 뚜껑에 못이 박히기 전까지는.

2008/03/29 경기복지뉴스
댓글 1
수정   삭제   답글 강헌희  |  14/09/11 18:22
만년 청년 유태영 박사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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