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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원고

<공부는 하기 싫은데…>삶의 지혜 이야기(28)
07/09/03 21:37 | 청소년미래재단 | 조회 3763 | 댓글 0

<공부는 하기 싫은데…>류태영 박사의 삶의 지혜 이야기(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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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하기 싫은데…>류태영 박사의 삶의 지혜 이야기(28)



나는 찌들어지게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남의 집 가정교사로 대학에 다닐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꽤 경력있는 가정교사로 소문나게 되었다. 1958년인 듯 싶다. 하루는 종로 2가 관철동에서 큰 음식점을 경영하는 사장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아들과외를 부탁한 것이었다. 내가 가르칠 학생은 외아들로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다. 위로 20대 초반 누나가 있었다. 짐을 풀고 있는데 아이가 들어왔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나를 소개했다. 아이는 인사를 하자마자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어머니의 말이, 아이가 자꾸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한번 없어지면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가 어느 날 부산에 있는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고, 데려온 지 사흘이면 또 종적을 감추고...담임선생님도 내놓은 아이라고 했다. 그런 문제아는 평범하게 대해서는 안된다. 그런 아이들일수록 이상한 표정과 이상한 목소리를 좋아한다.
“얘, 이리와 볼래?” 나는 이상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불렀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너 아까 어디 갔었니?” “그냥 여기 저기 다녀왔어요.” “너하고 나 사이인데 말 못할 것이 뭐가 있어?” “사실은요, 만화가게 다녀왔어요.” “같이 갈래?” “엄마가 알면 선생님이 쫓겨 날텐데….”
괜찮다고 하고 같이 갔다. 아이들이 보면 안될 저질 만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만화책을 빼서 채장을 넘기며 빠른 속도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빌려서 집에 가서 보자고 했더니 집에 가져가면 큰 일 난다고 정색을 했다. 내가 책임질테니 읽고 싶은 것 있으면 고르라고 해놓고 나대로 아이가 읽으면 괜찮을 만한 만화를 고르고 골랐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성우처럼 목소리를 변성해 때로는 개그맨처럼 웃기도하면서 읽어주니 아이가 재미있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식으로 아이의 마음 문을 열어갔다. 그 다음부터 아이는 밤이면 내 방에 와서 딱 붙어 잘 정도로 나를 따랐다. 그러면서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관찰했다. 아이가 다니는 곳을 따라가 봤더니 종로 3가 뒷골목 사창가로 가는 것이었다. 아가씨들이 남자들을 유인해 몸을 파는 장면을 창문에 구멍을 내고 들어다 보는 것이었다. 아이는 종로 3가 뒷골목의 카바레, 가게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었다.
“선생님, 저 집은 가방집인데 장사를 참 잘해요. 손님들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친절하게 하니까 손님들이 많이 와요. 옆집은 장사가 잘 안돼요. 자기가 마치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있으니 손님들이 안와요.”
1주일쯤 지나자 상황 파악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이제 내 작전이 필요했다. “얘, 저 집은 왜 거지 같이 살고 저 집은 왜 돈을 많이 벌었을까?” 물으니 “저 사람은 넥타이를 메고 아주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높은 사람만 상대하고 그래요. 그 옆집 사람은 말도 아주 천천히 하고 아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너는 그럼 어떻게 살고 싶니?”
“대접받고 살고 싶죠.”
“그럼 어떻게 하면 저렇게 많이 아는 사람이 될까?”
“아유, 선생님! 공부를 해야죠.”
“공부는 하기 싫은데….”“하기 싫어도 해야 저런 사람이 되지요.”
흔히들 이쯤되면 “그렇지 공부해야지”하면서 공부를 시키지만 그렇게 되면 원점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아이가 방학을 했다. 아이와 둘이서 집 근처 삼청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수박을 한 덩이 사서 돗자리를 들고 갔는데, 수박을 살 때에도 아이가 사게끔 했다. 모든 것을 아이가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카시아 나뭇가지를 꺾어 아이에게 물었다. “아카시아 잎이 모두 몇 개일까?” 전혀 셀 수 없는 바보인 양 물어야 아이가 신이 나서 대답을 한다. “16개요”라고 신이 나서 대답을 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이긴 사람이 떼어내기를 했다. “아까 잎이 몇 개라고 했지?” “선생님 그렇게 해서 어떻게 대학에 들어갔어요. 16개 였잖아요.” “그럼 지금 몇 개 남았지?” “7개 남았잖아요.”“그럼 몇 개가 떨어져 나갔지?” “9개가 떨어져 나갔잖아요.” 이런 식으로 야외에서 산수를 가르쳤다.
모든 것을 본인의 입에서 공부의 필요성을 말하겠금 의식화를 시켜갔다.
“지난번 공부하기 싫은데 어떻게 하면 된다고 했지?” “참고 하라고 했지요.”
그런 과정을 거쳐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게 되었다. 아이를 2년 가르쳐서 중학교에 진학시켰다. 그 아이가 6학년 졸업 때에는 상위 그룹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기 싫어하는 공부 강제로 시키려는 것 보다 우선되는 것은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과 목표를 심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목적 없는 공부는 아무런 의미도 유익도 없기 때문이다.

류태영 박사_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 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 최종수정일 : <script>getDateFormat('20070808151909' , 'xxxx.xx.xx ');</script> 2007.08.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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