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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원고

<준비없이 현실에 뛰어들기보다는..> 삶의 지혜 이야기[9]
07/09/03 21:21 | 청소년미래재단 | 조회 1360 | 댓글 0

큰 저수지에 물이 빠져 열 길이나 되던 물이 무릎 정도로 줄어들면서 바닥이 드러나고 고기들이 물 밖으로 밀려났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뛰어들어 맨손으로 고기잡이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집으로 갔다.

다락 한 구석에 넣어 두었던 그물을 끌어내어 헤어진 곳을 깁고 찢어진 곳을 손질하고 있었다.

아내가 물었다.
“아니 당신은 밖에 나가서 무얼 보았기에 갑작스레 그물을 손질하시우?”
“응 저수지에 물이 빠졌는데 온통 고기 투성이더라구”
“그럼 그걸 잡으려고 그물을 손질한다는 거예요?”
“암 그래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 아닌가?”
“당신도 참 그물 고치는 사이에 고기 씨가 마르겠소”

아내의 투덜거림에도 종일 그물만 수선했다. 해질 무렵이 되어 고친 그물을 들고 저수지로 갔다. 여전히 저수지는 사람들로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물이 고인 가운데 깊은 곳에는 사람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다.

그는 저수지 가운데로 그물을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무지하게 큰 물고기들이 그물 가득 잡혀 나왔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준비없이 현실에 뛰어들어 한건 해 보려고 법석일 때 꾹 참고 자기 본분으로 돌아가 힘을 기르고 그물을 뜨는 사람이야 말로 참으로 역사를 알고 역사를 운전하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중국 고사에, 어떤 사람이 어머니가 몹시 아파 의원을 불러 진찰을 받았다. 의원은 3년 묵은 쑥을 다려 먹으면 낫는다고 했다.

아들은 3년 묵은 쑥을 구하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3년이 넘도록 구할 수 없었다. 빈손으로 돌아온 그는 툇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떠날 때 쑥을 심어 놓고 떠나는 건데...”

현자는 쑥을 심고 집을 나선다. 그렇게 하면 밖에서 쑥을 못 구해도 집에 돌아와서는 3년 묵은 쑥을 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3년은 고사하고 3일 앞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좀더 긴 안목으로 눈을 돌리며 사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전략가 한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대 전략가가 되려는 야망을 품고 무술을 익히고 전략 전술에 대한 연구를 하며 그 뜻을 확고하게 다져나갔다.

길거리를 다닐 때에도 항상 가보로 이어 받은 보검을 품고 무사로서의 기백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가 어느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동네 깡패가 나타났다.

“어디 감히 조금만 녀석이 칼을 들고 설쳐? 당장 그 칼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요절을 낼테니” 한신은 묵묵히 칼을 품어 두손으로 공손히 바쳤다.

“그렇지, 말을 잘 듣는구먼. 그럼 내 다리 밑을 기어서 가도록 해라.” 깡패는 다리를 옆으로 넓게 벌렸다. 한신의 입장에서 보면 한줌거리도 안되는 조무래기였다.

그러나 묵묵부답 다리 밑을 기어갔다. 그리고 애원했다. “제발 그 칼만은 돌려주십시오.” “하하하 사람같지 않은 것이 칼은..”
깡패는 한신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칼을 돌려주었다.

그후 한신은 군사 모략가 공모에 응시하여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리고 군의 기강을 잡는데 온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는 한 방법을 짜내었다. 사령부 앞에서는 말을 달리지 말 것, 이를 어기면 극형에 처한다는 방을 써 붙였다. 방을 붙인 풀이 마르기도 전에 먼지를 뽀얗게 내며 말을 타고 달리던 사람이 잡혀왔다.

기고만장한 그 젊은이는 한신 장군의 관할 최고 사령관의 외아들이었다. “당신이 감히 나를 처형할 수 있겠소? 그렇게 되면 당신 또한 극형을 면치 못할 것이오.”

주위에 있던 병사들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신은 단호했다. “이런 감히.. 여봐라, 당장 이놈의 목을 쳐라.”

뒤늦게 아들의 죽음을 안 최고 사령관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신의 용단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무적의 힘을 가진 자는 작은 일에 양보한다. 많은 것을 다 주어도 최후에 얻는 것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사명”이라는 말을 한자로 풀어보면 재미있다. 부릴사(使)와 목숨명(命)자가 합쳐져 된 말이다. 즉 부림받는 목숨이라는 뜻이다.

가장 작은 심부름꾼을 소사라고 하며 대사나 특사는 나라나 국가원수를 대신해 국가의 심

부름을 하는 사람이다.

소사를 생각해 보자. 담배를 사오거나, 사람을 데려 오거나 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다.

담배를 사오라고 했는데 껌을 사오거나 이 과장에게 전하라고 했는데 김과장에게 전하거나 하면 곧 해고될 터이고 아무도 그를 고용하거나 함께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매순간 이러한 생각을 버리지 않을 때 나와 우리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사명의식이란 이렇게 깊이 의식하고 긴장하며 노력하는 사람의 깨달음인 것이다. 참으로 그물을 손질하는 기다림과 쑥을 심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물이 없다, 인물이 없다 한탄하지 말고 인물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인물이 되려고 노력하라.” 민족의 지도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역설이 더욱 생각나는 세상이다.


글_류태영 박사 (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 최종수정일 : <script>getDateFormat('20070808152247' , 'xxxx.xx.xx ');</script> 2007.08.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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