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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원고

<감나무의 잎을 따자> 겨울이야기[3]
07/09/03 21:19 | 청소년미래재단 | 조회 1316 | 댓글 0

"감나무의 감을 따자"



작년 11월 하순 고향에 다녀왔다. 업무에 매여 분주한 나날을 보내느라고 고향에 자주 들르지 못했었는데 모처럼 갖게 된 초겨울 귀향길이었다.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산과 나무, 바위와 돌, 이름모를 풀 한 포기까지 고향의 산천들은 반세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조금도 변함없이 늘 그곳에서 반겨주는 듯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변함없는 자연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고 또 어린시절 친구들은 거의 모두 백발이 흩날리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어릴 적 오르내리던 조그만 감나무들은 어느새 커다란 나무로 성장해 있었다. 초겨울이라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수십 그루의 감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가지에 수천 수만 개의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온 산을 발갛게 뒤덮고 있지 않은가. 서리도 맞고 눈도 맞아 모두 홍시가 된 채 말이다. 나는 너무나 흥분되어 바로 감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어렵지 않게 팔을 뻗어 감을 따서 바로 먹었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달고 과즙이 풍부했다.

집으로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너무 익어버린 탓에 손만 대도 터져버려 그럴 수는 없었다. 대여섯 개를 정신없이 먹고 나니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도 없었다.

그때서야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유년 시절 한국 농촌이 빈곤의 늪에 묻혀 너무 배가 고파 홍시 하나가 새로울 때가 있었다.

가을철이 되어 감나무 주인이 감을 추수하며 따간 뒤에, 주인이 미쳐 손이 닿지 않아 남겨 두었던 감 몇 개를 따려고 나무에 올라 애쓰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 농촌의 감나무 주인들은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되자 감 따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누가 와서 따가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둔 것이다. 그러나 따가는 이도 따먹는 이도 없이 그 많은 감나무들이 감을 고스란히 매달고 있는 것이다.

까치도 까마귀도 배가 불러 안 따먹고 다람쥐도 배가 불러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

사람이나 짐승들까지 배불러 먹을 것이 넘치게 된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감을 따서 팔자니 인건비가 올라서 품삯조차 나오지 않고 스스로 먹자니 그보다 더 맛있는 것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감만 그런 것이 아니고 밤도 마찬가지다. 뒷동산에 올라가면 밤나무 숲이 있는데 아무나 가서 알밤을 배낭으로 하나 가득히 줍는데 불과 두세 시간이면 된다. 역시 품삯도 안나오니 주인이 밤 수확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몇 년 전 북한 농촌을 방문했을 때 식량이 없어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던 농민들 생각이 났다. 이런 감나무와 밤나무들이 바로 그 북한 땅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맛있는 감들이 자연 속에서 방치된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은 과거와 비교하여 엄청나게 달라졌으나 상대적으로 도시와 비교한다면 혹은 다른 선진국의 농촌생활 수준과 비교해서 아직도 많이 낙후된 것이 아닌가.

농촌의 생산성 향상, 소득 수준의 향상,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모두 함께 도농간의 균형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겠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에서도 손색없는 농촌에서의 행복감을 누리도록 하자.


글_류태영 박사 (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 최종수정일 : <script>getDateFormat('20070808153948' , 'xxxx.xx.xx ');</script> 2007.08.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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