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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원고

류태영 박사의 나라사랑 이야기[4]
07/09/03 21:19 | 청소년미래재단 | 조회 3511 | 댓글 0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인류의 문화는 책과 함께 형성되어 왔다. 일생을 두고 읽은 많은 책들은 사람의 인격을 형성케 하고, 기술을 개발케 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는 자기 생애를 바꾸어 놓은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 있다.
나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책은 ‘신구약성경’이다.

물론 신앙이 생애를 이끌어나가는 이에게는 종교적 신앙을 자리 잡게 하고, 영생의 도를 인도하는 성경은 죽는 날까지 읽고 또 읽고 하면서 살아나갈 책이다.

둘째, 신앙적인 차원을 떠나 세상 살아나가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 책은 춘원 이광수가 쓴 ‘도산 안창호’다. 이 책은 정말 일생을 두고 나의 사상과 행동양식, 더 나아가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1952년판 류달영 박사 저서인 ‘새 역사를 위하여’이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일생을 통하여 농촌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고 또 1960년대에 덴마크 유학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무엇이든지 배우며 소화시켜 자기 것으로 만들던 시기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한국 농촌이 왜 이렇게도 못살고 무지하며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하며 빛을 찾아 갈구하던 시대적 요청이 있는데다가 더욱이 용광로에 들어간 쇠처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준비된 나이였기에, 책을 펼치면 그대로 빨려 들어가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1800년대 말 프러시아 전쟁에서 패전후 덴마크의 국가 경제는 붕괴되다시피 피폐해지고 정부 관리나 국민들 모두 부정과 부패에 빠져 있었다.

이 때, 훌륭한 민간지도자들이 일어나 국민들의 의식구조 개혁운동에 앞장서서 마침내 세계 최고의 농촌복지 국가를 만들어낸 사례를 소개한 내용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도 덴마크처럼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 떨리는 가슴으로 먼 한국 농촌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었다.

그때 이후, 가슴 속에서는 덴마크의 꿈이 지워지지 않았다. 민족과 국가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된다고 믿었고,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워야 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리하여 서울에 올라와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를 하며 야간에 학업을 계속했고 새벽마다 내가 믿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며, 언젠가는 덴마크에 가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그 희망과 신념으로 그 어려운 청소년 시절의 긴 시련의 터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군부대에서 구두닦이를 하면서 덴마크로 유학 가기를 결심한 그때가 야간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54년이었다.

그로부터 13년 후 나는 덴마크의 국왕 후레드릭 9세에게 편지를 보냈고, 편지를 읽은 국왕이 감동을 받고 나를 국비유학생으로 받아주어 덴마크 유학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 후 1970년대 초 한국 새마을운동을 일으킬 때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심부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알고 보면 이 책 한 권의 영향이 전적으로 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정책 입안에 심부름할 때도 ‘새 역사를 위하여’가 제시한 모든 내용을 100퍼센트 활용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다시,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그토록 감동을 주고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무엇인가 몸을 불사르도록 하는 제2의 ‘새 역사를 위하여’라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글_류태영 박사 (히브리대학 사회학박사, 건국대 부총장 역임, 농촌*청소년 미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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