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되니라.
백범이 1948년 10월 26일, 안중근 의거 기념일에 쓴 시이다. 조국이 가장 혼란스럽고 절망적이었던 시절에 태어난 백범 김구. 그리고 그 시절을 백범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의 자서전 ‘백범일지’. 이 책의 머리말에서부터 나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백범일지’의 ‘일지’가 매일매일 기록한 일기나 일지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기록했다는 뜻의 ‘일지’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백범일지’의 원본 체계를 따르고 있지 않다. 열악한 집필 여건으로 인해 일어난 시기의 착오 등을 바로잡은 것이다. 그래서 원본보다 이해가 쉽고 백범의 일생을 발자취를 따라가듯이 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오늘날 백범이 디딘 발자국은 수많은 뒷사람들의 길이 되어있다. 또한 이 뒷사람들이 백범이 지나간 발길을 다지고 또 다져 그 후의 사람들이 더 평탄한 길을 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생을 조국에 바친 백범으로 인해 이 나라가 좀 더 평안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발자취는 내 가슴 속에도 존재하게 되었다.
백범일지의 내용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의 역시 마지막 부분의 ‘나의 소원’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백범일지를 읽으며 이 부분이 유명한 이유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이 말을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시대에 얼마나 되었을까? 이것은 오늘날 ‘내 소원은 남북통일이오.’ 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일제 강점기 당시 실제로 이러한 말을 한 수많은 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는 강한 바람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백범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백범과 같은 이들이 만들어 낸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그가 우리 민족의 소원을 이루었으니 나는 그의 소원이기도 하고 내 소원이기도 한 이것을 이루기 위해 힘껏 노력할 생각이다. 나도 언젠가 뒷사람의 길이 될 내 발자국을 옳은 방향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