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 구의 태몽은 뭔가 남다르다. 얼핏 들으면 광고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면 참신해진다.
‘푸른 밤송이에서 크고 붉은 밤 한 개를 얻어 깊이 감추어 둔 것’
일단 파란색과 빨간색이 시각적으로 대비가 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태극기 가운데 그려진 태극 문양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장차 나라를 책임질 큰 인물이 된다는 의미이다.
‘감추어두다’를 굳이 해석한다면, 미래에 일본경찰을 피해 숨고 다니는 것으로 의미가 통한다.
스승 ‘고능선’의 영향은 왜놈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김 구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벼랑에 매달려 잡은 손마저 놓는다면 가히 대장부로다.’ 이다.
김창수 라는 이름을 가지고 터뜨린 치하포 단독 의거는 고능선의 말 한마디가 마지막 선택에 있어서 창수로 하여금 확신을 주게 되고, 의거를 일으키게 된다. 그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의 신문에도 전혀 굴복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사대부의 기질을 타고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능선을 통해, 스승의 가르침이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스승의 한 마디가 제자의 일생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김 구는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을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새롭고 독특하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만 존중되어지는 계급사회에서는 그 사람들의 생각이 묻힐 수밖에 없고, 소멸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으로 덧붙이면, 독재정치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계급사회나 독재정치나 오십보백보인 샘이다.
굳이 차이점을 언급하면 독재정치를 없애려고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지만 계급사회는 대규모의 집단이 뭉쳐도 사회를 뒤바꾸기에는 힘에 부친다.
김 구의 삶을 내가 큰 틀에서 해석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꿈이 없는 청소년기와, 꿈과 목표를 가진 인생의 황금기로 나뉜다.
그는 과거시험을 보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지만 모든 것이 헛되다고 느꼈고,
관상학 공부를 하면서도 다시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방향을 잃은 것과도 같다. 감옥에서 나와서도 스님 생활을 하면서 방황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이봉창, 윤봉길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는 정확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김 구를 볼 수 있다. 백범의 또 다른 계획은 일본에게 대항할 만한 군사를 키워 참전하는 것인데 일본의 항복으로 인해 모두 물거품이 돼버리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나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백범, 그 자신만큼이나 중요한 어머니에 대해서 언급하여 보자.
김 구의 어머니는 그를 낳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산통과정을 일주일이나 겪고 아버지의 의식까지 치러진 후에야 그를 낳았다. 좋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인해 어머니는 많은 고생을 하셨다. 자식과 같이 죽자는 얘기를 하기 힘들었을 텐데 대뜸 얘기할 정도면 얼마나 그때의 상황이 급박했는지 알 수 있다. 어머니는 그를 위해 돈을 뼈 빠지게 벌고, 감옥에 있을 땐 마음고생도 심하게 하였다. 심지어 탈옥을 하였을 때는 부모님이 대신 수감되기도 하였다. 그런 갖은 고생을 하는 것을 알고도 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서 생신이라도 제대로 챙겨드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어머니의 뜻에 의하여 거절당했고, 그렇게 한없는 사랑을 베푸신 어머니는 손자까지 키워가며 그를 도왔다.
어머니는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김 구와 같이 건장하고 무서울 게 없었다. 그의 건강한 정신도 어쩌면 어머니가 만드신 것일 수도 있다. 온전하고 깨끗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해야 비로소 올바른 몸가짐과 행동이 나타는 것이지, 겉보기에 건강하고 외모가 준수하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내면까지 판단해서 좋은 사람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옳지 않다.
아직도 내 머리에 스치는 구절은
살기도 어렵거니와 죽기 또한 어렵다. (중략) 칠십 평생을 돌이켜 보니, 살려고 해서 산 것이 아니고 살아져서 산 것이다. 죽으려 해도 죽지 못한 이 몸이 끝내는 죽어져서 죽게 되었도다.
이순신 장군의 말이 같이 생각나면서 살고 죽는 것이 내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